관객과 함께하는 ‘실시간 비주얼 디제잉 공연’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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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스크린 앞에 놓여 진 키넥트(Kinect, 동작인식 센서) 앞에서 아이가 팔과 다리를 흔든다. 아이의 모습이 그대로 스크린에 투영되고, 스크린 속 아이의 모습은 움직임에 따라 여러 가지 색상으로 변화한다. 평범했던 공간에서 흡사 무도회장의 현란한 미러볼 아래 서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져든다.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서 스크린에 관객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서 스크린에 관객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때, 아이의 엄마가 키보드와 비슷한 크기의 장치를 만지작거린다. 이젠 스크린에 투영된 아이의 모습이 흐릿해 졌다가 빗살무늬, 모자이크 등 다채로운 패턴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현란하게 변하는 자신의 모습이 신기해 보였는지, 아이가 꺄르르 웃어 보인다. 엄마도 그런 아이의 모습에 미소를 짓는다.

[호기심을 가진 많은 이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퍼포먼스가 이뤄졌다.]

[호기심을 가진 많은 이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퍼포먼스가 이뤄졌다.]

최근 뉴욕 메이커페어에서 만난 풍경이다. 그곳 행사장 한켠에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 앞에서 관객들은 노래를 부르고, 이리저리 움직여 보이고 있었다. 바로 한국인 아티스트 유니스(김은진, Eunice Kim)의 비주얼 아트 작품 앞이었다.

[뉴욕 메이커페어에서 만난 유니스가 자신의 인터페이스를 점검하고 있다.]

[뉴욕 메이커페어에서 만난 유니스가 자신의 인터페이스를 점검하고 있다.]

이처럼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메이커(Maker)들의 문화는 예술에 접목되어 다양한 시도로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뉴욕, 서울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메이커들이 모여 벌이는 행사에서 예술가들의 참여는 논외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하다.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유니스]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유니스]

비주얼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유니스는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예술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비빔(BIBIM)이다.

비빔은 관객들의 모습을 대형 스크린에 투사하고, 음악이나 움직임에 따라 혹은 기기를 이용해 스크린에 비춰진 관객들의 모습을 자유스럽게 조작해 다양한 방식으로 디스플레이되도록 자체 제작한 인터페이스였다.

[마스크를 쓰고 스크린에 비춰진 자신을 응시하는 관객. 움직임에 따라 스크린의 화면이 다양한 형태로 변한다.]

[마스크를 쓰고 스크린에 비춰진 자신을 응시하는 관객. 움직임에 따라 스크린의 화면이 다양한 형태로 변한다.]

특히 사람들이 비빔을 이용한 유니스의 퍼포먼스(Make:Video)에 즐거워했던 건, 그들 스스로 스크린에 투영된 자신들의 이미지의 컬러를 바꾸고 디스플레이 패턴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각자의 SNS에 공유할 수도 있었다. 관객들과의 소통 자체를 예술 퍼포먼스로 구현해 낸 것이다.

실제로 올해 6월에는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 키넥트 10여대를 설치해 DJ와 합동으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여러 채널을 통해 공연에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이 비춰지고, 동시에 실시간으로 믹스된 비주얼이 스크린을 가득 메웠다. 음악만 디제잉하는 것이 아니라 비주얼까지 실시간으로 믹싱하는 새로운 공연이 펼쳐진 셈이다.

[많은 이들이 그녀의 작업에 호기심을 갖고 참여했다.]

[많은 이들이 그녀의 작업에 호기심을 갖고 참여했다.]

문득 메이커페어에서 만난 그녀의 작품이 예술이란 추상적 틀에서 벗어나 좀 더 실용적으로 구체화된다면 어떻게 발전될 수 있을지 궁금해 졌다. 분명 예술가들이 조금 더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 그것이 실용에 접목돼 제품화되기까지의 과정은 주변에서 ‘혁신적’이란 단어와 함께 새로운 문화와 시장을 창출해는 계기가 되지 않았던가?

뉴욕 메이커페어에서 만난 그녀와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나눠봤다.

<Interview>———————————–

[유니스(김은진, Eunice Kim)]

[유니스(김은진, Eunice Kim)]

뉴욕 메이커페어에 출품한 작품을 소개한다면?
이번 뉴욕 메이커페어에 출품한 ‘Make:Video’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만든 작업입니다. 2014년에 만든 비빔(BIBIM)이라는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관중들과 소통을 시도한 세 번째 인터렉티브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터렉티브 아트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끼고 즐기고 표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거든요.

[카메라, 스크린, 마이크, 키넥트로 구성된 Make:Video]

[카메라, 스크린, 마이크, 키넥트로 구성된 Make:Video]

비빔이란?
비빔은 실시간 이미지를 녹화/재생하는 인터페이스입니다. 키넥트와 마이크를 이용해 움직임과 소리에 반응하는 인터페이스죠. 이번 전시에는 관중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캡춰해 관중들이 만드는 움직임을 저장하고, 동시에 소리에 반응해 화면이 바뀌도록 해 관중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미디어 아트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눈 모양의 마스크도 제작해 부끄러운 것도 잊고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즐길 수 있도록 했죠. 그렇게 관중들이 직접 만든 미디어 아트는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뉴욕 메이커페어에 참여한 분들의 미디어 작업은 페이스북(www.facebook.com/makerfairevideo)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어요.
비빔에 대해 좀더 설명하자면, 루멘 혹은 VDMX와 같은 비주얼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그리고 사람들 간의 중간자적인 역할을 하는 인터페이스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여러 비주얼소프트웨어들은 리얼타임 스트리밍이 되지 않는데, 비빔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비주얼을 믹싱해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는 자신의 모습과 다양한 변화에 즐거워했다.]

[많은 이들이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는 자신의 모습과 다양한 변화에 즐거워했다.]

비빔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
사실 저는 비주얼 라이브 퍼포먼스에 주력하고 있는 라이브 퍼포먼서예요. 보통 비주얼 퍼포먼스라고 하면 비디오 같은 것을 미리 만들어서 틀어주는데, 현장에서 화면을 믹스한다고 해도 리얼타임으로 비주얼을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관객들의 참여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퍼포먼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실시간으로 비주얼을 변경하고, 관객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다양한 인터렉티브 영상들을 믹스해서 퍼포먼스에 활용하는 거죠. 비빔은 여러 가지를 믹스한다는 의미인데, 예상하셨듯이 비빔밥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이름 지었어요.

[관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유니스. 많은 이들이 그녀 작업에 대해 궁금한 점을 쏟아냈다.]

뉴욕 메이커페어 이외에 비빔으로 어떤 작업에 참여했는지 궁금하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뮤지션들과 협업을 많이 했어요. 한 번은 색소폰 연주자들이 연주를 하면 무대 배경에 연주자의 모습이 보이면서 배경영상이 변화하는 작업을 한 적이 있어요. 그게 첫 라이브 퍼포먼스 테스트였고, 두 번째는 큰 뮤지엄에서 관객들과 함께 라이브 퍼포먼스를 시도했습니다. 뉴욕의 자연사 박물관에서 2015년 6월에 대규모 공연(http://www.ej.macsny.com/?p=68)을 성공리에 마치기도 했죠.

[눈 모양의 마스크에는 여러개의 LED가 달려있어서 간단한 스위치 조작을 통해 색상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눈 모양의 마스크에는 여러개의 LED가 달려있어서 간단한 스위치 조작을 통해 색상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눈 마스크도 퍼포먼스의 일부인가?
네, 맞아요. 제가 라이브 퍼포먼스를 한지 7~8년이 넘었는데, 어떻게 관중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지가 저의 가장 큰 관심사예요. 그래서 이런 마스크를 만들어서 씌우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보시다싶이 제 퍼포먼스에는 대형 화면에 관객들의 모습이 비춰집니다. 이때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 공개를 꺼리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마스크를 쓰고 같이 퍼포먼스 할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물론 독특한 디자인이 사람들의 관심도 유도할 수 있고요. 뉴욕 메이커페어에서는 이 마스크를 쓰고 행사장을 돌아다니니 사람들이 이게 뭔가 싶어서 따라오더라고요(웃음). 마스크의 색상도 바꿀 수 있고, 눈이 깜박이듯이 색상을 입힐 수도 있습니다.

[우...우와]

[우…우와]

실용화된 제품 제작도 염두에 두고 있나?
일단 아티스트로서 이런 아이디어를 만들어 냈는데, 추후에는 이것이 프로덕트화 될 수도 있겠죠? 사실 비빔이라는 인터페이스가 어느 쪽으로 확장될지 모르겠어요. ‘공연에서 뮤지션들과 관객들이 소통하는 것’이 저의 주 관심사였는데, 그런 생각이 여기까지 온 거니까요. 지난번 자연사 박물관 공연 때와 같이 큰 공연에서 활용될 수도 있을 테구요. 사실 제품 제작과 관련해서 연락을 취해오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사람들 얼굴과 소리만 인식해서 노래에 반응하는 제품을 제작한다던지, 그와 관련해 아이들을 위한 아이디어 제품을 만든다던지, 거리나 건물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주변 소음에 반응하는 디스플레이나 광고판을 만든다던지 여러 가지로 응용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는 카메라를 만드는 모 업체에서 연락이 왔었는데, 카메라와 스피커를 합쳐 사람들의 모습과 소리에 반응하는 홈파티용 제품을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아직은 이야기만 되고 있는 단계예요.

[NYTimes(좌)와 메이커페어 공식 홈페이지(우)에서도 그녀의 작업을 인상 깊게 소개하고 있다.]

[NYTimes(좌)와 메이커페어 공식 홈페이지(우)에서도 그녀의 작업을 인상 깊게 소개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에 출품한 Make:video라는 작업이 모든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이 되었는지 Maker Faire Editor’s Choice Ribbons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NYTimes에 ‘featured at MakerFaire 2015’라는 기사에도 제 작품이 소개됐는데, 뉴욕 메이커페어에 참여한 어마어마한 이상한 사람들의 작업을 제치고 제가 만든 헬멧 작업사진이 실렸어요. 힘든 아트 작업에 그나마 작은 힘이 되네요. 많이 지쳤지만 한 번 더 힘을 내서 많은 아트 작업을 만들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참여 작품중 인상적인 작품에 수여되는 메이커페어 에디터 초이스 리본]

[참여 작품중 인상적인 작품에 수여되는 메이커페어 에디터 초이스 리본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