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산업혁명, 개인의 상상이 세상을 바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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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구글 자회사 CEO를 지낸 댄 사피로(Dan Shapiro)는 평범한 듯한 보드 게임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 선보였다. 자금을 모으기 위한 것이다. 구글 자회사 CEO가 웬 보드 게임이냐 싶겠지만 이 보드 게임은 당초 목표했던 금액인 2만 5,000달러를 훌쩍 넘긴 63만 1,230달러를 모았다. 보드 게임 하나로 6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받은 것이다.

로봇 터틀스(Robot Turtles)라는 이 보드 게임은 3∼8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놀면서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게 해준다는 컨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댄 사피르는 당초 자신의 두 자녀를 위해서 이 게임을 고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아이디어는 킥스타터 역사상 이름을 남길 베스트셀러가 됐다.

물론 댄 사피로가 투자 잘 받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주목할 만한 건 그가 끌어 모은 60만 달러가 넘는 자금은 1만 명이 넘는 소액 투자자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는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이 활성화되면서 개인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킥스타터의 성공이 말해주는 것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로 자리매김한 킥스타터의 성장세는 놀랍다. 킥스타터가 처음 문을 연 건 지난 2009년 4월 28일이다. 첫 시작은 단출했다. 프로젝트는 7개에 불과했고 40명이 오순도순 모여 1,084달러(한화 110만원대)를 끌어 모았을 뿐이다.

하지만 2014년 현재 킥스타터의 위상은 상당하다. 이제껏 이 사이트에 투자한 사람은 224개국 57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올해 3월 3일에는 누적 투자액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크라우드 펀딩 1조원 시대를 연 것이다. 킥스타터는 특집 페이지에서 로마에 위치한 콜로세움의 추정 가치가 10억 달러 가량이라는 말로 크라우드 펀딩으로 일군 결과를 자축했다.

눈에 띄는 점은 누적 투자액 10억 달러 중 절반에 가까운 4억 8,000만 달러는 지난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해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증거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뤄지는 결과는 놀랍다. 페블 같은 유명한 스마트워치나 증강현실 HMD인 오큘러스리프트 역시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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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스타터의 자축 이벤트 페이지]

물론 이런 거창한 제품이 아니더라도 지난해에는 한 89세 할머니가 지금까지 없던 멋진 지팡이를 만들겠다며 투자를 받거나 흑인 래퍼 2명이 북한에서 뮤직비디오를 찍겠다고 자금을 조달해 실제로 북한에서 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노센테 같은 아카데미 단편 다큐멘터리 수상작도 크라우드 펀딩이 만든 결과물이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소셜 펀딩은 인터넷 플랫폼 등을 통해 개인 다수에게 자금을 모으는 걸 말한다. 국내에선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됐지만 공연이나 영화 등 주로 예술 문화 분야에 한정되어 있었다.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천안함 프로젝트 같은 작품도 소셜 펀딩을 통해 목표 금액을 192%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물론 아직까지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 규모는 이제까지 누적 모금 자금은 1,800억원 가량으로 그리 크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벤처/창업 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내놓으면서 크라우드 펀딩을 제도화하는 성장을 뒷받침하려 하고 있다. 전 세계 크라우드 펀딩 시장 규모가 지난 2012년 27억 달러, 지난해에는 51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화와 법제화 등을 정비하는 건 당연할 수 있다.

 

소비자의 상상이 제품이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소비자 참여를 이끌 다양성 확보에 있다. 이런 점에서 LG전자가 시작한 아이디어LG는 기업이 소비자 참여를 이끌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직접적인 개인 투자가 이뤄지는 크라우드 펀딩과는 조금 다르지만 아이디어LG는 소비자가 기업 제품 개발에 아이디어를 일조하고 기여도에 따라서 판매수익을 나누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큰 틀에서 보자면 돈 대신 아이디어를 투자하는 ‘아이디어 펀딩’인 것이다.

아이디어LG는 올해 7월 첫 선을 보인 이후 한 달 동안 4만 5,000명에 달하는 소비자가 참여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 기간 중 개인이 등록한 아이디어 수만 해도 6,200건이 넘는다고 한다. LG전자는 이 가운데 실제 아이디어를 제품화해서 제품 매출액 중 4%를 아이디어 제공자에게, 4%는 아이디어 평가나 제품 개발 과정 참여자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기업이 소비자와 소통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달력을 넘기면서 인류는 산업시대를 열었다. 산업시대는 대량생산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이어 컴퓨터가 바통을 이어받아 디지털 혁명을 이끌었다.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산업시대와 컴퓨터시대를 이을 다음 시대는 소량 개인 맞춤형 생산 시대라고 말한다.

콘텐츠 생산자가 과거 기자 등 일부에 국한됐다가 지금은 블로거로 대변되는 1인 단위까지 확대됐듯 생산의 주체도 1인, 소비자까지 옮겨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매킨지 같은 세계적인 컨설팅 그룹도 미래를 바꿀 12가지 기술을 소개하면서 이런 점을 감안해 3D프린팅을 꼽기도 했다. MIT테크놀러지리뷰도 세상을 바꿀 10가지 기술로 새로운 생산 방법의 변화를 말한다. 개인의 상상이 세상을 바꿀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현실로 만들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