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배달하는 시대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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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영화가 만들어진 이래 단골 소재로 쓰이고 있다. 월-E처럼 자신의 일에 토 달지 않고 꿋꿋이 일하는 로봇이 있는가 하면 리얼스틸 속 아톰처럼 인간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로봇도 있다. 인간에게 순종하다 대립하는 아이로봇의 써니도 기억에 남는 로봇 캐릭터다.

인간을 대신해서 고된 일을 하고 교감하는 영화 속 로봇, 현실에선 어떨까. 가까이는 집안 청소를 돕는 로봇 청소기가 있다. 산업 현장에선 자동 로봇이 자동차를 만든다. 지구 밖으로 눈을 돌리면 화성 협곡 발견의 숨은 공신인 탐사로봇 오퍼튜니티가 있다. 로봇은 이미 우리 주위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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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 로봇, 오퍼튜니티]

구글•아마존, 로봇 무인 택배 추진중
최근에 로봇이 활동 무대를 넓히면서 인간이 하기 힘든 일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전 세계 IT 업계를 주름잡는 구글과 아마존은 로봇을 활용해 24시간 365일 멈추지 않는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월-E가 인간을 대신해 700년 동안 지구의 쓰레기를 치웠듯 로봇으로 택배 배송 무인화 시대를 열려는 것이다.

구글은 지난해 12월에서 올해 1월까지 2달 동안 무려 7곳에 이르는 로봇 관련 회사를 인수했다. 구글의 로봇 사업을 이끄는 수장은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 구글은 로봇을 이용한 활용 방안 가운데 하나로 물류 시스템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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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쇼핑 익스프레스(Google Shopping Express)]

구글이 얼마 전 시작한 구글 쇼핑 익스프레스(Google Shopping Express)는 코스트코 같은 소매 기업과 제휴해 상품을 당일 배송하는 서비스다. 구글은 앞으로 당일 배송 상품 구분과 포장 같은 물류 작업에 로봇을 투입할 계획이다. 로봇 관련 인수 기업의 면면을 살펴봐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구글이 인수한 기업을 보면 산업용 로봇이 아닌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4족 보행 로봇 기술로 잘 알려진 회사들이 눈에 띈다. 이 중 영국 IT 기업인 딥마인드는 인간 두뇌 구조뿐 아니라 자율 학습이 가능한 신경망을 전문 개발하는 곳. 각종 센서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입력되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반드시 필요한 인공지능(AI)이 발전해야 제품을 포장하고 분류, 배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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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발표한 아마존 프라임에어(Amazon PrimeAir)]

구글이 무인 택배 시스템에 적극적인 이유
인터넷 검색과 광고 기업인 구글이 이렇게 로봇을 활용한 물류시스템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뭘까?

스마트폰을 너도나도 쓰면서 쏟아내는 방대한 데이터에서 시작된 관심이라고 하면 다소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구글의 무인 택배 시스템은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공개하며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데이터에 기반으로 두고 비즈니스를 하는 구글 입장에선 스마트폰으로 접속한 인터넷상의 온라인 데이터뿐 아니라 실제로 사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물건을 사는지와 같은 오프라인 데이터 역시 더 없이 중요한 자산이다. 또 인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를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학습능력이 높아지는 로봇 물류 시스템 적용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안드로이드 체제를 보유한 구글이 선두에 설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물론이다.

아마존의 드론을 이용한 로봇 물류 시스템은 구글보다 더 현실적이다. 드론은 원격 조정으로 움직이는 무인 비행 로봇을 말한다. 드론은 군사용으로 시작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과 전쟁을 벌이면서 중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 진가를 발휘한 바 있다. 최근에는 물류와 정보통신, 치안은 물론 영화 촬영에도 활용된다. 아마존은 고객에게 신속한 제품 배달을 위해 드론을 활용한 로봇 물류 시스템 아마존 프라임에어(Amazon PrimeAir)를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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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아틀라스]

그렇다면 드론을 활용한 무인 배송은 어떻게 구현할까. 미리 지정된 비행 코스를 GPS 내장 내비게이션으로 잡아낸다. GPS는 위도와 경도뿐 아니라 고도까지 측정 가능하니 비행 코스를 미리 설정해두면 특정 위치까지 비행하고 되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이착륙할 때에는 제법 고도 제어가 필요한 만큼 GPS 외에도 기압계와 고도계 등 이착륙에 쓰이는 초음파 센서가 필요하다.

초음파 센서와 적외선 센서는 주위 물체와 부딪히지 않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좀더 발전된 형태로 카메라를 이용한다. 카메라가 촬영한 전방 이미지를 인식, 물체를 피해 날고 앞서 비행하는 드론을 추적하는 등 여러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관련 법규 외에 원격 조정이 가능한 거리와 연료 등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 2015년부터 드론을 이용한 배송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국내 물류 시스템에도 드론 데뷔 앞둬
올해 4월 대전 카이스트(KAIST) 본관 앞 잔디밭에서는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과일을 먹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했더니 잠시 후 하늘에서 윙하는 모터 소리가 들리면서 아마존 드론을 닮은 무인 비행 로봇이 나타나 과일이 든 플라스틱 통 하나를 잔디밭에 놓고 사라진 것이다. 물론 연출이다.

심현철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이 무인 배송 시스템은 1.5kg 이하라면 어떤 물건이든 배달할 수 있다. 태블릿을 이용해 물류센터 내 온도와 습도를 관리하는 수준의 무인 자동화 시스템에 머물고 있는 국내 물류 업계에 카이스트의 무인 배송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국내에서도 드론에게 직접 물건을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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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심현철 교수팀이 개발한 무인 배송 시스템.  1.5kg 이하 어떤 물건이라도 배달할 수 있다]

구글과 아마존 같은 대형 기업이 주도를 하면서 드론을 비롯한 로봇 물류 시스템 활용은 이미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물인터넷과 로봇이 결합될 경우 네트워크상의 다양한 정보를 동원, 인간이 하는 것과 비슷한 판단을 내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낯선 아저씨가 우리집 초인종을 누르는 것에 비하면 훨씬 편하고 빠르기도 하고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구글과 아마존이 꿈꾸는 로봇을 이용한 물류의 완전 자동화가 어떤 모습으로 실현될지 기대된다. 최근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그리 먼 미래는 아닐 것이다.